11월의 NGO Pick <여자들은 다른 장소를 살아간다>
“여기, 당신의 장소가 있다”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다.”
한때는 진리처럼 여겨졌던 ‘모두에게 공평한 시간’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누군가는 자신에게 주어진 24시간을 온전히 누리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노동에 모든 시간을 쏟아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같지만 모두가 똑같이 누리지는 못하는 것이다.
시간이 인간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듯이 공간 또한 마찬가지이다. 성별과 계층 등에 따라 공간은 서로에게 다른 ‘장소’가 된다. 인권활동가인 저자는 상황과 위치에 따라 겪는 장소 차별에 대한 개인의 경험을 소개하며 특정 역할과 제한 속에 갇혀 구석에 머물게끔 강요 받아 온 여성들에게 주목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유독 여성에게만 불편하고 공포스러운 장소가 존재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차별인가를 되짚으며 각각의 장소에서 여성들에게 요구하는 불합리한 역할과 기능이 그들의 인식과 행동반경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그동안 터부시 여겼던 여성의 돌봄노동, 성별에 따른 이중적 태도 등의 부당함을 강조하며 사회적 안전장치의 부재를 꼬집고 여성들이 가진 다양한 정체성과 권리가 지켜질 것을 주장한다.
부엌, 화장실, 교실, 거리 등 일상 속 사소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불평등과 폭력을 돌아보며 여성들이 종종 경험하는 꺼림칙한 느낌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인지, 그리고 그것은 우리 삶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시금 고민하게 하는 책 [여자들은 다른 장소를 살아간다]를 통해 익숙한 공간과 관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