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NGO Pick <절망하는 이들을 위한 민주주의>
“절망과 역설의 세계에서 민주주의를 지키는 힘, 마음”
2024년 12월 3일, 45년 만에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
일과를 정리하고 휴식을 취하던 사람들은 유리창을 깨고 국회 본청에 진입하는 계엄군의 모습을 지켜보며 불안과 불면의 밤을 보냈다.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국회로 달려 나간 시민들과 국회의 신속한 해제 요구로 6시간 만에 계엄은 해제되었다. 그러나 안전한 일상을 위협한 공권력에 대한 회의감과 그동안 누려왔던 평화가 한순간에 파괴될 수 있다는 공포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복잡한 사회 문제, 대형 참사의 반복 등을 겪으며 많은 이들이 정부 역할에 의문을 갖게 되었다. 그 의문은 이번 계엄 사태로 인해 과연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가 우리의 일상을 지켜낼 수 있을 만큼 견고한 체제를 갖추고 작동하고 있는가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모두에 의해, 그리고 모두를 위해 움직이고 있을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더 나은 민주주의는 어떻게 이뤄낼 수 있을까?
책 ‘절망하는 이들을 위한 민주주의’를 통해 저자는 민주주의의 본질과 한계를 자세히 소개한다. 복잡하고 긴밀하게 연결된 사회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역설’을 이야기하고, 민주적 가치를 지향하는 ‘마음’과 소규모 공동체 ‘작은 공(共)’을 통해 민주주의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과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민주주의는 사회 깊이 뿌리내린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하기 어려운 정치 체제다. 그렇기에 저자는 한 걸음 한 걸음을 선택하는 ‘사람의 마음’이 이 체제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원천임을 강조한다. 서로 다른 동료 시민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시작되는 집합적 행동이 민주주의를 구현한다는 사실은 때때로 좌절감이 느껴지는 현 시국에 작은 위로가 된다.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해 줄 사이다 같은 대안을 찾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이 책 속에 오늘날의 문제를 해결한 뾰족한 해답은 없다. 그러나 절망에 대한 성찰과 희망은 뚜렷하게 담겨있다. 암담한 상황 속의 희망을 친절한 어조로 풀어낸 이 책이 부디 많은 이들에게 위안이 되길 바란다.